6화 감각..
오감과 육감을 동시에 활용해 본다
'저번과는 다르게 오늘은 마셨던 아메리카노의 빈 컵을 먼저 주네. 가지고 왔던 짐들은 아까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말이지. 그럼 작업도 끝났고 저녁이고 여유도 있으니 술 한잔 하려나?. 저번에 술도 종종 마신다고 한 것 같은데"
나름의 생각으로 건네었던 간단한 요깃거리 제안에 흔쾌히 승낙한 그녀
바 테이블에서 천천히 메뉴판을 보고 있는 그녀가 가끔 대화를 하면서 방장의 요리하는 모습도 지켜보게 됐다
하지만 자신이 준비한 레시피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
지그시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본다
절대 기억날 수 없다
초반에 준비를 하고 오픈 초기인데 아직까지 이 라면은 주문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
'그래 그냥 몇 번 먹어봤던 그 느낌을 생각해서 만들어봐야지 뭐'
지금 만들어진 이 라면은 마치 계절과일 마냥 무작위 레시피로 만들어지려고 한다
'아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!'
뜬금없는 자신감으로 수저를 들고 힘 있게 한 입을 하지만 곧바로 입천장을 데인다
.
..
...
혀끝으로 데인 곳을 확인해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
"사장님 표정이.. 뭐가 이상해요?"
'나 지금 이상해'라는 티 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같이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
'감정형이네..'
아픈 그 순간에도 방장은 생각을 한다
자연스럽지 않은 웃음을 보이며
"입이.. 국물 때문에.. 천장이.. 까졌네요"
공감과 걱정을 할 거라는 100%의 생각 때문에 바로 화제 전환을 시도한다
"근데 오! 오랜만에 만들었지만 괜찮은 재료들만 넣어서 그런지 엄청 맛나네. 최근 들어 나가사키라면 먹은 적 있어요?
"최근에 먹진 않고.. 근데 예전에도 많이 먹진 않은 것 같아요. 오늘 먹으면 저도 오랜만에 먹어요"
"아 그래요? 전 예전에 종종 먹었는데 요즘에도 그다지.. 혹시 소스 같은 거 필요해요?"
"음. 아뇨 전 없어도 될 것 같아요"
"그래요 알겠어요"
"아 그리고 사장님 저 럼토닉 한 잔 주세요"
럼토닉에 대해 잠깐 설명만 듣곤 주문 요청을 한다
"그래요 그럼 어묵탕 마무리돼가니까 이거 만들고 나서 드릴게요 괜찮죠?"
"네 감사합니다"
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들리도록 혼잣말로 중얼거린다
"그럼~ 중간 정도의 그릇이랑~ 이거? 그리고 작은 그릇도 필요할 거 같아~ 음.. 국자랑 포크 음.. 수저 수저 필요해. 요?"
"괜찮을 것 같긴 해요"
"아 혹시 모르니까 각자 하나씩~"
그렇게 큰 물결이 마구 발사되는 상황을 만들며 혼자 분주하게 움직인다
"와 맛있겠다! 사장님 이거 급작스럽게 하신 것치곤 너무 맛있어 보이는데요?"
"뭐 저는 칼질하고 맛만 보고 한 것 밖에 없는데 나쁘지 않아요?"
"네 얼핏 봐도 요리에 정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"
"저 사실 요리에 관심이 없어요.."
"그래요? 저도 요리엔 관심이 없는데"
"흐흐흐. 나랑 비슷하네요. 뭐 간단하게 차려 먹을 수만 있으면 돼죠"
'소설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브랜드 실제와 허구 이야기 [EP 0] 7 : 우물 안 개구리 (0) | 2022.08.05 |
---|---|
브랜드 실제와 허구 이야기 [EP 0] 6 : 나가사키라면 (0) | 2022.08.05 |
브랜드 실제와 허구 이야기 [EP 0] 5 : 시간의 여유 (0) | 2022.08.04 |
브랜드 실제와 허구 이야기 [EP 0] 4 : 새로움 (0) | 2022.08.04 |
브랜드 실제와 허구 이야기 [EP 0] 3 : 특이한 조화 (0) | 2022.08.04 |